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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착공 전
    생각 정리/집짓기 2022. 3. 28.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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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다음주면 단독주택 착공이다.

    주말에 온 비로 인해

    하루이틀 연기될수도 있지만,

    그래도 다음주면 시작될 것 같다.

     

    그동안 미뤄왔던 건축에 대한

    생각들도 하나씩 기록해 볼 생각이다.

     

    집을 짓게 된 땅은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17년 말에 계약했다.

     

    당시 땅을 계약하게 된 이유는 단순하다.

    층간소음에서 해방되기 위해!

     

    적당한(?) 시간동안

    살아온 결과...

    모르고 살던 것들을

    어느 순간 깨닫게 되는 순간이 있다.

     

    예를들면,

    아산에 살던 시기에

    나는 층간소음을 전혀 느끼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내가 살던 아파트가

    외곽에 위치한 작은 평수였기 때문에

    주로 노인분들이 거주하였고,

    그래서 윗집에 뛰는 사람이 안 살아서였다.

    집을 잘 지어서가 아님.

     

    나주로 이사온 뒤에는

    운좋게 윗집에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안 살았던건데,

    나주혁신은 젋은 부부,

    그리고 어린 아이들이 많이 살고 있는 도시다.

    아파트에서는 아이들이 없는 세대를

    만나는게 정말 쉽지 않음.

     

    그렇게 나주에 온 뒤로

    대단한 층간소음을 경험하면서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특히 나는 시골에서 자라다보니

    아파트에서 생활해본적이 없었다.

     

    아무튼 그런 스트레스로 인해

    집을 지어야겠다고 생각했고,

    우여곡절끝에 혁신도시 안에

    땅을 어찌어찌(다 빚으로) 샀다.

     

    땅을 사고보니

    집을 짓는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보통 아파트는 10% 계약금을 주고,

    계약서를 통해 은행에서 담보대출을 해준다.

    그러면 잔금일에 은행담보대출에

    내 돈 20~30%만 얹으면

    살 수 있다.

     

    하지만 주택건축은 그렇지 않다.

    실물이 지어지기 전에는

    은행에서 담보대출을 안해준다.

     

    땅(토지)에 대해서는 해주지만,

    그걸로 건축에 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물론 집이 다 지어지고나면

    은행에서 그 집을 담보로 대출을 해주지만,

    건축을 하는 과정에서

    시공사에 줘야하는 건축비는

    결국 내가 다 들고 있어야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땅을 사긴 쉬워도

    (땅은 토지담보대출을 받으면 됨)

    집을 짓는건 쉽지 않다.

     

     

    아무튼 그렇게 땅을 사고

    집 짓는건 일단 요원한 일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제주로 발령을 받아 

    나주에서 제주로 이사를 하게 됐다.

     


     

    19년 1월 제주로 이사를 가면서

    웰시코기 '호두'를 분양받게 되었다.

     

    그리고 아파트에서 호두와 생활하면서

    그리고 도심지에서 산책을 해보면서

    단독주택으로 서둘러 이사를 가야겠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

     

    첫번째로는 사람이 생활하기 편리한

    바닥은 강아지에게는 너무 미끄러웠다.

    그리고 사람이 없을때의 집(아파트)은

    사실상 호두에게 감옥과 같을거라고 생각했다.

    최소한 마당이 있는 주택이라면,

    하다못해 불어오는 바람,

    날아다니는 나비나, 벌

    최소한의 움직임이나 변화가 있을텐데,

    사람이 없는 집(아파트)은

    호두에게 아무소리도 나지않는 지하벙커같은

    공간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던 차에

    서귀포 부영호텔에서

    경향하우징페어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갔다.

    거기서 지금 설계사무소인

    재귀당 소장님을 처음 만났다.

    물론 그날 계약한건 아니지만,

    소장님의 짧은 강의가

    가슴에 깊이 남게 되었다.

     


     

    처음 땅을 계약하고 나서는

    인터넷에서 집을 어떻게 지어야하는지

    꽤 찾아본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지금은 처음 생각했던 방식과는

    다르게 정도(?)를 지키며

    집을 짓게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당시에는 네이버를 통해

    노출되는 각종 정보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그리로 흘러들어갈수밖에 없었던것같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

    단독주택을 건축하면

    건축주가 시공사를 찾아가서

    시공사를 통해

    무료 설계(또는 아주 적은 설계금액)를 받고

    대략적으로 그려진 도면을 보고

    '평당 얼마' 이런 식으로

    계약을 하면서 첫 단추를 끼우는 것 같다.

     

    그리고 시공사는 그 도면을 토대로

    공사를 시작한다.

    건축주는 내심 시공사를 못 믿기 때문에,

    매일 현장에도 가고,

    여기저기 건축 공부도 하면서

    나름 열심히 감시 감독 역할을 수행하려고 애쓴다.

    하지만 과연 그게 가능할까?

     

    문제는 집을 짓기 시작하면서

    계속해서 발생한다.

     

    허술하게 작성된 도면 몇장으로 

    계약하고 시작한 공사다 보니,

    공정을 진행하면서 

    시공사에서 계속 건축주에게

    이것저것 결정해달라고 연락을 한다.

    예를 들어 문 손잡이는 뭘로 할지,

    타일은 무슨 종류로 할지,

    벽지는, 바닥은.. 등등

    계속해서 결정을 요청하고,

    건축주가

    적당한 품질에 맘에 드는 디자인을 고르면

    어김없이 계약했던 것은

    기본사양이었으므로

    추가 금액이 발생한다고 얘기한다.

     

    그렇게 공사비는

    계약했던 당시보다 증가하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저품질에

    맘에 안드는 디자인을 고를수도 없는 노릇이다.

    계약을 파기할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게 비용은 비용대로 증가할 것이고,

    시공사가 공사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건축주는 확인할 길이 없다.

    만약 정말 나쁜 시공사를 만났다면,

    시공품질이 떨어질텐데,

    그런 상황에서 제대로된 공사를 요구했을때

    과연 잘 받아들여질지도 의문이다.

     

    이 상황에서는 건축주와 시공사

    단 둘 뿐이고,

    시공사는 건축주보다

    당연히 경험이나 관련 지식이 풍부하기 때문에,

    건축주 혼자 속을 썩을수밖에 없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집을 지으면 10년 늙는다.

    다시는 집을 짓지 않는다.

    집이 하자 투성이다 등등의

    안 좋은 말들이 널리널리

    집을 지은 사람들 사이에서

    퍼져나간다.

     


     

    그렇다면 어떻게 집을 지어야 하는 것일까?

     

    정상적인 순서는 이렇다.

     

    1. 건축사를 찾아가서 전문적인 설계를 받는다.

    2. 설계가 끝나면 도면을 시공사에 보내고,

    적당한 견적에 맘에 드는 시공사를 선정한다.

    3. 시공사와 계약할때는 상세도면을 기준으로

    견적을 받고 그 내용대로 계약을 하는것이다.

    정상적인 도면에는 앞서말한 상세한 내용이 다 정해져있기때문에

    공사를 하며 금액이 상승할 요소에 대한

    결정사항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4. 설계를 의뢰한 건축사무소와 감리계약을한다.

    5. 이렇게 되면 집을 짓는 과정에서

    도면대로 시공사가 시공을 하는지, 설계사무소에서 감리를 하게된다.

     

    물론 이런 과정을 거치면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으로 집을 짓는 과정과는 다르게

    건축사무소에 설계비용을 지불해야하고,

    감리비용을 지불해야한다.

    수천만원의 비용이다.

    공사를 하기 전에는 이런 비교를 하게된다.

    몇천만원이면 차라리 자재를 더 좋은걸 쓰는데 

    투자해야지라고,

    하지만 비교가 가능하다면,

    이렇게 볼수도 있다.

    시공사와의 두루뭉실한 계약을 통해

    착공을 하게되었을때

    추가적인 비용으로 지불하는

    눈 먼 돈으로 나가는 금액이

    과연 앞선 수천만원보다 더 적을까?

    조삼모사일수도 있고,

    돈은 돈대로 들이고

    퀄리티는 퀄리티대로 안나올수도 있다는 말이다.

     


     

     

    정답은 나도 모른다.

    그냥 나는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길을 갈뿐.

     

    아무튼 여러 과정들을 거치며

    건축에 대한 나의 생각도 발전해나갔고,

    그렇게 몇군데 건축사무소에 전화를 해보고,

    재귀당 박현근 소장님을 만났다.

     

    재미있던 것은,

    건축주가 건축사를 선정하듯,

    건축사도 건축주를 선택한다는 점이었다.

     

    실력있고, 인기있는 건축사무소는

    건축주가 많이들 찾는다.

    비용을 떠나

    길게는 1년이 넘는 시간을

    건축주와 합을 맞추며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이기때문에

    무엇보다 관계가 중요한데,

    골치아픈 사람을 만나면

    굉장히 힘든 과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가 제주에 있던 시절에

    그렇게 소장님이 직접 제주를 방문해주셨고,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첫 미팅이 아마도 20년 9월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첫 도면이 완성되었고,

    다시봐도 정말 멋진 집이다.

     

    집 이름은 소호연.

    호방한 웃음이 이어지길 바라며

    지은 이름이다.

     

    21년 1월 제주에서의 파견근무를 마치고

    다시 나주로 돌아왔는데,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인해

    자재값이 급등하면서

    애초에 계획했던 공사비를 초과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우리는 넉넉하지 않은 자금형편이라

    이대로 시공하기는 불가능했다.

     

    그래서 아쉽지만,

    처음 설계한 집에서

    조금 더 시공하기 편한 구조로

    단순화하면서

    설계를 변경할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22년 2월.

    꿈꾸는 목수와 시공계약을 했다.

     

    첫 미팅에서도 느꼈지만,

    실력과 신뢰가 있는 곳이라고 생각됐다.

     

    아직도 우리에게는 정말 과분한

    건축사무소, 시공사

    그리고 집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착공부터 준공을 거치며

    어떤 집으로 구현될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이곳에서의 이야기는

    그곳에서 살아갈 우리에게 달린 일이다.

     

    누군가 말했듯,

    집은 건축주의 품격이라고.

     


    수천만원의 설계를 하기로 마음 먹었을때,

    솔직히 고민이 됐다.

    그리고 설계를 하는 과정에서

    많은 고민이 있었다.

     

    예를 들면

    나보다 이 분야의 전문가의 능력을 빌리려고

    이 비용을 지불하면서

    과연 내 의사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관철시키는게

    과연 맞는 것일까?

    내 집이니깐 내가 원하는대로 끌어가야하는걸까?

    그렇다면 나는 왜 돈을 들인걸까?

    내가 원하고 꿈꾸는게 과연 전부일까?

    내가 가진 건축에 대한 지식 중에서

    생각해낸 최상이 과연 최상일수있는것일까?

     

    이런 생각부터,

    내가 갖고있는 비용의 한계속에서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취할지에 대한 취사선택의 과정.

     

    모든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주차장에 지붕은 있었으면 좋겠고,

    집은 더 넓었으면 좋겠고 등등.

    하지만 그 모든 걸 택할수는 없었고,

    그건 돈이 아무리 많은 부자라도

    결국 포기해야하는 부분이 생긴다고 했다.

     


     

    어떤 집이 지어질지,

    그리고 내가 생각한대로

    집을 짓는 과정이 순탄할지

    아니면 남들이 말하는것처럼 어려울지는 

    이제 착공하면서부터 겪어보면 알게 될 일이다.

     

    모든 게 내가 생각한대로 진행되진 않겠지만,

    그 과정에서 또 배우는게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이제 다음주 착공에 들어가면

    건축 과정을 기록해보려고 한다.

     

    집을 짓길 꿈꾸는 누군가에게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희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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